빈손의 의미

빈손의 의미 - 정호승

 

내가 누구의 손을

잡기 위해서는

내 손이 빈손이어야 한다.

 

내 손에 너무 많은 것을

올려놓거나

너무 많은 것을

움켜쥐지 말아야 한다.

 

내 손에 다른 무엇이

가득 들어 있는 한

남의 손을 잡을 수는 없다.

 

소유의 손은

반드시 상처를 입으나

텅 빈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.

 

그 동안

내가 빈손이 되어

다른 사람의 손을 얼마만큼

잡았는지 참으로 부끄럽다.

 

어둠이 몰고 오는

조용함의 위압감은

말로 할 수 없을 만큼

공허한 침묵 속으로

나를 몰아넣고

오만과 욕심만 가득 찬

나를 묶어버린다.

 

어차피

빈손으로 와서

빈손으로 가는

인생인걸

무엇을 욕심내고

무엇이 못마땅한가,

 

오만과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

어느 누구도 내 손을 잡아 줄리 없고

용서와 배려를 모르는 한

어느 누구에게도 손 내밀 수 없다.

 

얼만큼 비우고 비워야

빈손이 될 수 있을까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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